도쿄증시 그로스 시장 ‘대수술’…상장 유지 기준 시총 100억엔 요건 신설

2030년부터 시가총액 100억 엔 이상 요구, 소형사 퇴출 압박 가속화

도쿄증권거래소가 그로스(Growth) 시장의 상장 유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며 고성장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침체된 그로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개편으로 해석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22일 ‘시장구분 개편에 관한 후속회의’를 통해 그로스 시장 개정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상장 유지 조건의 대폭 강화다. 기존에는 상장 후 10년 시점에서 시가총액 40억 엔 이상을 유지하면 됐지만, 2030년부터는 상장 후 5년 내 시가총액 100억 엔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기준이 2.5배 높아지면서 기간은 절반으로 단축된 셈이다.

이 변화는 그로스 시장 상장사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5년 3월 기준 그로스 시장 상장사의 약 60%가 시가총액 100억 엔에 미달하고 있으며, 36%는 40억 엔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도쿄증시는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진정한 성장 기업에는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형식적 공시 탈피…경영진 직접 소통 강화

상장 기업의 성장 전략 관리도 한층 엄격해진다. 기업들은 상장 후에도 “사업계획 및 성장가능성에 관한 사항”을 정량적 지표로 지속 점검하고, 연 1회 이상 분석 결과와 핵심성과지표(KPI) 업데이트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특히 단순한 서류 제출을 넘어 경영진이 직접 투자자와 만나 기업의 전략과 실행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IPO 심사 과정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단기 수익성보다는 중장기 성장성 평가에 무게중심을 두고, 주관 증권사와 거래소는 상장 신청 기업이 5년 내 시가총액 100억 엔 달성이 가능한지 사전 검토를 강화한다. 상장 전 기관투자자와의 비공식 미팅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기존 상장사 200여 곳, 스탠다드 시장 이전 검토

현재 시가총액이 40억~100억 엔 사이인 약 200개 기존 상장사들은 향후 스탠다드 시장으로의 이전을 검토받을 수 있다. 도쿄증시는 이들 중 일부가 이익 요건 미달로 이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확인되면 시가총액 기준만으로도 이전을 허용하는 등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그로스 시장은 단순히 상장 문턱이 낮은 ‘대기실’이 아니라, 성장과 혁신을 목표로 도전하는 기업들의 무대가 돼야 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최소 투자 기준으로 설정하는 100억 엔을 새로운 잣대로 삼아 시장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도쿄증시는 우수 사례 공유, 경영진 대상 교육 세미나, 기관투자자 연계 강화 등 다각적인 지원책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은 단기적 정비를 넘어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중장기 정책 변화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사는 도쿄증권거래소의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인사이토어팀(insighthor@insighthor.com)